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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 파병 어떤 결과를 낳을 것 인가?
    시사 2020. 1. 23. 09:00

     

    일본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란이 한국의 파병 결정에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독자적 파병이라는 형태는 같지만 디테일을 따지면 일본에 비해 한국의 작전이 이란을 자극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한국과 일본의 작전 해역이 다르다.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1대 등 260여 명으로 구성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작전 반경은 오만만과 아라비아해 북부 해역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서 멈춰 선 반면 청해부대 소속 왕건함은 호르무즈 해협도 작전 반경에 포함됐다. 이란이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파병 명분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 일본은 방위성 설치법에 규정된 조사연구 활동을 각각 파병 이유로 내세웠다. 한국이 이란의 군사 위협을 전제한 반면, 일본은 비군사적 목적의 파병이라는 뉘앙스를 살려 이란의 반발 여지를 누그러뜨린 셈이다. 또 일본은 계속해서 독자적 결정을 강조했지만, 한국은 시간을 지연시키다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는 점도 이란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22일본은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영리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호르무즈 해협에 직접 들어가는 한국의 경우 이란 또는 이란 추종세력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군 일각에선 왕건함의 작전 여건 관련 우려도 제기된다. 왕건함의 작전 해역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군수지원함 파견이 급해졌다. 하지만 청해부대 파병 관련 국회 동의안은 구축함 1, 링스헬기 1, 병력 320명 이내로 부대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새로운 국회 동의 절차 없이 군수지원함을 추가 파견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일본의 경우 헬기 탑재형 호위함 1척을 추가로 보낼 계획이다. 호위함 2척이 임무를 나누겠다는 것으로, 부대원 피로도를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노무현 정부 임기 첫해인 2003년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이라크 전쟁 파병을 요청했다. 당시 청와대는 둘로 갈렸다. 외교안보 라인은 파병에 찬성했다. 반전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을 비롯해 유인태 정무수석(현 국회 사무총장), 박주현 국민참여 수석(현( 민주 평화당 대변인) 등이 그들이었다. 논란 끝에 노무현 정부는 결국 비전투병 파병으로 결론지었다.

     

    문재인 정부가 21일 결국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17년 전 판단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판단이 바뀌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이라크 파병을 일대일로 놓고 비교하기엔 무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2003년 파병 논의 당시 이라크는 전장이었다. 미국이 대량살상 무기 제거를 구실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WMD가 존재한다는 근거 없이 미국이 침공했다며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국제적 비난도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에 사실상 참전을 요구해 당시 국내에선 명분 없는 전쟁에 왜 우리가 참전해야 하느냐는 반대 여론이 높았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전시 상태가 아니다.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중동 지역 전운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충돌 가능성이 작아진 상태다. 미국이 요구하는 파병 규모도 차이가 있다. 2003년엔 미국의 요구에 따라 2차에 걸쳐 3600여 명의 군인을 보냈다. 이번 파병은 청해부대 정원 320명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이라크전과 달리 한국 입장에선 파병에 명분도 있다. 중동 지역에 거주하는 약 2만 5000명의 교민을 보호한다는 것과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지나는 곳이어서 파병을 통한 교역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라크 파병과는 맥락이 다르다. 전장에서 함께 피를 흘리자는 개념보다는 Burden sharing(책임 분담) 성격이 크다”라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파병의 학습 효과도 이번 문 대통령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북핵 문제는 바라던 대로 갔다. 미국 협조를 얻어 6자 회담이라는 다자외교 틀을 만들어냈다”라고 썼다. 당초 자신도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파병을 통해 한국이 얻은 실리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번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북한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정부는 이란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고 향후 고위급 소통을 통해 갈등 소지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란 입장에선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란 측을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설득을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왕건함의 병사들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때문에 그들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국민들은 이번 파병이 끝날 때까지 항상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항상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내 가족이고 내 친구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들의 안전 귀국을 위해 제발 국가가 항상 신경 써주고 그들을 지켜주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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