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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센터 떠나는 이국종 교수 진정한 의사의 길...시사 2020. 1. 20. 09:55
18일 휴대전화를 통해 외상센터장 사퇴의 뜻을 전하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의 목소리는 의외로 평온하게 들렸다.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15일 해군 해상훈련 복귀 후 본보 등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상센터 운영의 어려움을 격정적으로 토로하던 때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 교수는 사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차분히 설명했다. 일부 병원 고위층 인사를 향해선 여전히 비판 수위를 높였지만 함께 외상센터를 이끌었던 의료진에는 여러 차례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외상 센터장에서 물러난 뒤 아주대병원 평교수로 남아 치료와 강의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의 역할과 비중을 감안할 때 현재 아주대병원에 설치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운영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의 사퇴 의사 표명 이후 아주대병원과 보건복지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외상센터 떠나는 ‘외상센터 상징’
이 교수의 외상 센터장 임기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다. 그가 밝힌 중도 하차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병원 고위층과의 갈등이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 교수는 외상센터의 인력 부족과 예산 지원의 문제점을 주장했다. 이후에도 그는 병원과 정부를 향해 인력 및 병상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병상 배정 문제는 이 교수와 병원 고위층 갈등의 핵심이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도 “병상이 없어서 얻으러 다닌다고 병원 원무팀에 찾아가 사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며 “정부 담당자를 만나 해결 방법을 이야기했지만 오히려 ‘이러시면 안 된다’는 말을 들어 참담했다”라고 말했다. 병상 배정과 관련해 병원 측은 공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병상이 부족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사퇴를 결정한 다른 이유로 동료 의료진에 대한 미안함을 꺼냈다. 그는 “우리 간호사들은 매일같이 손가락이 부러지고 피부가 찢기는 상황을 참고 닥터헬기를 탔다”며 “헬기 타는 것이 힘들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매일 타라고 지시하면서 심적으로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도 동료와 후배가 일하다 다치면 마음이 아프지 않으냐. 센터장으로서 나도 똑같았다”라고 고백했다. 센터장으로서 말한 지원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지난해 외상센터 일반병실 60 병상에 수간호사가 고작 1명이었다. 병실도 4층 40 병상, 5층 20 병상으로 나뉘어 있는데 관리는 1명이 했다. 그러다 보니 20 병상은 수간호사 없이 방치된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최근에 수간호사 1명이 충원됐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간호사 인력을 반드시 증원시킨다고 약속했는데 못 지켜 미안하다. 이러한 것도 모두 내 책임이 크다.”
닥터헬기 운영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 임신한 응급구조사를 불러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혼냈다”며 “윗사람부터 헬기 소리 때문에 민원이 많다고 야단이었는데, 과연 앞으로 헬기를 운항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정계 진출설, 이직설은 말도 안 돼
이 교수는 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아주대병원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대신 교수로서 환자 진료와 학생 강의에 전념할 뜻을 내비쳤다. 다른 병원 이직 가능성에 대해서는 2011년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부인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계 진출설에는 “무슨 정계다 뭐다 자꾸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데 말도 안 된다. 그냥 평교수로서 조용히 지내겠다.”라고 말했다.
후임 외상센터장에 대해 묻자 이 교수는 “그건 병원장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후임으로 임명되지는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난해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 캠페인을 펼친 본보에도 고마움을 전했다. 정말 물질적인 욕심보다 의사이기를 한 명의 생명을 더 살리는 것에 집중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의사였다. 이러한 분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인재 육성에 힘쓰는 것 도 옳지만, 현실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전장에서 떠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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